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Immortal Words [míngyán]

좋은 글 ✔️ 김성원, < 그녀가 말했다. >

by Winter,Night_Bunny 2023. 11. 1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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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녀가 말했다.
"날씨가 참 좋다. 산책할까?"
동네에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많아진 걸 보니, 가을이  왔나 보다.
그녀와 나는 집 근처에 있는 공원에서 만났다.
"요즘은 어떻게 지내?"
하고 그녀가 물었을 때, 난 잠깐 주춤했다.
이런 질문을 받으면 몇 가지 대답이 모범답안처럼 떠오른다.
바빴어.
그냥 그렇지.
잘 지내.
그리고 나의 하루하루가 똑같아 해도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,

또 질문한 상대와 나의 관계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곤 한다.

그녀는 "얼굴보니, 잘 지낸 것 같네."하고 선수를 쳤다.
우리들은 벤치에 앉아 머지않아 낙엽으로 떨어질
나뭇잎들을 보며 이런저런 이야기를 나누었다.
십여 년 전부터 지금까지 지내왔던 일들,
그 올망졸망한 기억들이 하나씩 떠올랐다.

우리는 그때부터 지금까지, 바빴거나 그냥 그랬다.
하지만 누군가에게는 이렇게 말하고 싶다.
"난 잘 지냈어."

 

 

김성원, < 그녀가 말했다. >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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